새로운 일을 찾을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직함을 떠올린다. 하지만 직함은 조직이 붙인 이름이고, 한 사람이 실제로 만들어 온 가치는 대개 동사 속에 남아 있다.
명함이 사라진 뒤에도 남는 것
같은 직함을 가진 사람도 일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. 누군가는 흩어진 사람을 연결하고, 누군가는 복잡한 문제를 구조화하며, 또 누군가는 끝까지 실행의 빈틈을 찾아 메운다. 직함은 같아도 반복해 온 동사는 다르다.
전환기에는 ‘무엇이 될 것인가’보다 ‘나는 어떤 움직임을 계속해 왔는가’를 먼저 물을 필요가 있다. 그 동사가 새로운 업종과 역할에서도 가져갈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.
경력의 장면을 동사로 다시 쓰기
이력서의 문장을 잠시 내려놓고 기억에 남는 세 장면을 고른다. 일이 잘 풀렸던 순간, 유난히 어려웠던 순간, 다른 사람이 나를 찾았던 순간이다. 각 장면에서 내가 실제로 한 일을 ‘조율했다’, ‘번역했다’, ‘정리했다’, ‘설득했다’처럼 동사로 적는다.
반복되는 동사가 보이면 그 다음에는 조건을 살핀다. 나는 어떤 사람들과 있을 때, 어떤 문제 앞에서, 어떤 속도로 일할 때 이 능력을 가장 잘 발휘했는가. 다음 역할은 이 교차점에서 조금씩 구체화된다.
직함은 지나온 자리를 설명하지만, 동사는 앞으로도 가져갈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.
전환은 작은 실험으로 확인한다
생각만으로 다음 역할을 완성할 수는 없다. 관심 있는 문제를 다루는 짧은 프로젝트, 동료 한 사람을 돕는 작은 자문, 배운 것을 정리해 나누는 글처럼 부담이 낮은 실험이 필요하다.
실험은 정답을 증명하기보다 나와 일의 궁합을 확인한다.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던 에너지와 한계, 더 배우고 싶은 지점이 드러난다. 전환은 한 번의 큰 결심보다 이렇게 축적된 작은 근거 위에서 단단해진다.